전체 글78 서브스턴스 영화 리뷰 (그로테스크, 외모 강박, 호불호) 요즘 주변에서 나이 먹는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솔직히 한 번도 못 들어봤습니다. 동료들이 결혼식 앞두고 다이어트 시작한다는 얘기, 만나이 시행 후 한두 살 줄었다고 좋아하는 반응까지. 누군가 앞에 나서야 하는 상황만 오면 외모부터 신경 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외모로부터 자유롭지 못한지 느꼈습니다. 바로 이런 현실을 극단적으로 풀어낸 영화가 '서브스턴스'입니다.그로테스크 장면과 시각적 충격서브스턴스는 대사보다 영상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작품입니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여성의 신체를 주요 표현 도구로 활용하면서 배우의 몸짓과 카메라 움직임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특히 영화 초반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엘리자베스 스파클의 별이 새겨지는 장면은 그.. 2026. 3. 9. 유전 영화 리뷰 (공포의 세습, 정신질환, 운명론) 저는 오컬트 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유전'을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호러 영화라고 하면 점프 스퀘어(Jump Square)나 순간적인 공포 연출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방식이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는 그런 장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숨 막히는 긴장감만으로 압도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니 어깨와 목이 뻐근할 정도로 긴장한 상태로 봤더라고요. 2018년 개봉한 아리 에스터 감독의 데뷔작 '유전'은 21세기 오컬트 호러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최근 그의 신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개봉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오컬트(Occult)란 '숨겨진' 또는 '비밀스러운'이라는 뜻으로, 악마나 초자연적 존재를 다루는 호러 장르의 한 갈래입니다.보이.. 2026. 3. 8.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아카자, 극장 연출, 무한성 공간) "애니메이션 극장판은 집에서 봐도 되지 않나요?"라고 물으신다면,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을 보고 난 뒤 제 대답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친구가 무료 관람권이 있다며 끌고 갔는데, 솔직히 최근 시리즈를 못 봐서 망설였거든요. 근데 극장 문을 나서면서 든 생각은 "이건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구나"였습니다. 무한열차편도 재밌게 봤지만, 이번 무한성편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아카자라는 캐릭터가 빌런에서 주인공급으로 격상되는 과정, 그리고 무한성이라는 공간이 주는 압도적인 시각적 체험은 대형 스크린 없이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빌런 아카자가 주인공이 된 이유이번 극장판의 진짜 주인공은 탄지로가 아니라 아카자였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빌런의 과거 서사(백스토리)를 보여주면 자칫 감정선이 억지.. 2026. 3. 7. 댓글부대 (여론조작, 인터넷문화, 미디어 리터러시) 요즘 온라인에서 뭐 하나를 검색하면 댓글이 난무합니다. 어떤 제품을 찾아봐도, 누군가의 글을 읽어봐도, 그 아래에는 수십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려 있죠. 저는 평소에 댓글을 거의 달지 않는 편입니다. 뭔가 생각이 있어도 그냥 혼자 삭이고 넘어가는 편이거든요. 그래서인지 악플을 보면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개봉한 안국진 감독의 '댓글부대'를 보고 나니, 그 악플들 뒤에 숨겨진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개인의 악의가 아니라,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 있었다는 걸 영화는 생생하게 보여줬습니다.손석구가 그려낸 기자의 추락과 여론조작의 실체영화는 손석구가 연기하는 기자가 중소기업 기술 탈취 의혹을 취재하다가 '기레기'라는 비난에 시달리며 무너지는 .. 2026. 3. 7. 파묘 해석 (오컬트 연출, 음양오행, 천만 관객) 오컬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포영화는 무섭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하지만 저는 곡성을 보면서 느꼈듯이, 진짜 무서운 건 점프 스퀘어가 아니라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파묘 예고편을 보고 남자친구와 극장을 찾았는데, 공포를 못 보는 남자친구도 '무섭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두 번 봤지만 무서운 영화라기보다는 한국 무속과 일본 요괴가 충돌하는 미스테리 스릴러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연출과 한국 무속의 깊이일반적으로 오컬트 영화는 서양 귀신이나 악령을 다룬다고 알려져 있지만,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를 거쳐 파묘에서 한국 무속 신앙을 본격적으로 파고듭니다. 여기서 무속 신앙이란 샤머니즘(Shamanism)을 기반으로 한 민간 신앙 체계로.. 2026. 3. 6.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제작비, 홍보전략, 미야자키) 남자친구가 지브리 신작을 보러 가자고 했을 때, 저는 요네즈 켄시가 부른 '지구본'이라는 OST를 먼저 접했습니다. 노래 가사가 너무 좋아서 제 문장 수집 노트에까지 적어둘 정도였는데, 정작 영화를 보고 나니 "어렵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2023년 일본에서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자전적 애니메이션으로, 84억 엔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지만 '난해하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았던 작품입니다. 제작비만 100억 엔 이상이 투입되었고, 7년간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기존 지브리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맞이했습니다.100억 엔 제작비와 무(無)홍보 전략의 역설이 영화의 가장 독특한 지점은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가 선택한 '정보 제로' 마케팅입니다.. 2026. 3. 5. 이전 1 ··· 8 9 10 11 12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