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8 올 이즈 로스트 (고독, 생존, 희망)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처음에 이 영화를 틀고 나서 5분도 안 돼 "이거 끝까지 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대사도 없고, 음악도 없고, 오직 파도 소리뿐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영화 '올 이즈 로스트'는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혼자 살아남으려는 노인의 이야기입니다. 보고 나면 한동안 멍해지는 영화입니다.대사 없이 공포를 전달하는 방식혹시 대사 한 마디 없이 100분을 버텨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영화는 시작부터 이례적입니다. 인도양을 혼자 항해하던 노인의 요트가 표류 중이던 컨테이너와 충돌하면서 선체가 파손되는 장면으로 포문을 열죠. 그런데 노인은 소리를 지르지도, 누군가를 부르지도 않.. 2026. 5. 21. 더 플랫폼 (자본주의 상징, 분배 실패, 열린 결말) 음식이 남아돌아서 사람이 굶어 죽는다면, 그건 식량 문제일까요, 인간 문제일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그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스페인 영화 더 플랫폼은 수직 감옥이라는 단순한 설정 하나로 자본주의 구조의 민낯을 가감 없이 꺼내 보입니다. 처음엔 그냥 기묘한 공포 영화인 줄 알았는데, 다 보고 나니 이건 단순한 장르물이 아니었습니다.수직 감옥이 보여주는 분배 실패의 구조홀(The Hole)은 층마다 두 명의 수감자가 배정되는 수직형 감옥입니다. 매일 한 번, 자기부상 플랫폼이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오면서 음식을 배달하는데, 이 음식은 위층이 먹고 남긴 잔반이 그대로 아래층으로 전달되는 구조입니다. 주인공 고랭이 배정된 지하 48층에는 위에서 94명이 먹다 남긴 음식만 도착합.. 2026. 5. 20. 아틱 영화 리뷰 (생존 심리, 고립 분석, 인간 연대) 영화가 끝나고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어떤 장면이 특별히 슬펐다거나 반전이 충격적이어서가 아니라, 화면 속 남자가 던지는 질문이 너무 조용하고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당신이라면 낯선 사람을 위해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겠습니까?" 저는 솔직히 자신 없었습니다.극한 생존 환경과 고립의 심리학영화 아틱(Arctic, 2018)은 북극에 홀로 추락한 남자 한센이 구조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이야기입니다. 제작비 200만 달러, 아이슬란드 현지 촬영. 숫자로만 보면 초저예산 소품 영화지만, 막상 화면을 켜면 광활한 설원이 주는 압박감이 상당합니다. 그리고 그 압박감이 단순히 시각적 스펙터클이 아니라는 점을 금방 눈치채게 됩니다.생존 심리학 분야에서는 조난 상황에서 사람이 무너지는 원인을 분석할 때.. 2026. 5. 19.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 (세계관, 빌런, 미장센)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한 2016년 작 판타지 영화 한 편이 여전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바로 입니다. 저도 와 을 재미있게 본 직후 이 영화를 접했는데, 첫 장면부터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서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방대한 세계관, 제한된 시간 안에 욱여넣으면 생기는 일이 영화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제이크가 어떻게 능력을 갖게 됐는지, 루프(Loop)가 정확히 어떤 원리인지 영화가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거든요. 여기서 루프란, 특정 날의 시간이 반복되도록 임브린(Ymbryne)이 설정해 놓은 시간 구조물을 의미합니다. 임브린이란 시간을 조작하고 루프를 생성·유지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여성 별종을 가리키는 용어로, 미스 페레그린이 바로 그 임브린입니다. 이.. 2026. 5. 17. 장산범 리뷰 (소재, 염정아, 결말) 공포 영화가 무서우려면 귀신이 많이 나와야 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무서운 공포는 '보이지 않는 것'에서 온다고 믿었는데, '장산범'은 그 가능성을 쥐고도 스스로 내려놓은 영화였습니다. 전래 설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장산범이라는 소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끌릴 만합니다. 저도 예고편을 보자마자 직감적으로 '이건 봐야 한다'고 느꼈으니까요.장산범이라는 소재, 왜 매력적인가장산범은 부산 장산 일대에 전해 내려오는 구전 설화(口傳說話) 속 존재입니다. 구전 설화란 문자 기록 없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말하는데, 그 특성상 정체가 모호하고 지역마다 내용이 조금씩 달라 오히려 더 강한 공포감을 자아냅니다. 이 영화는 그 장산범이 한 번 들은 목소리를 완벽하게 복제해 사람을 유.. 2026. 5. 12. 웡카 (프리퀄, 이스터에그, 사회풍자)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티모시 샬라메가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냥 비주얼로 때우는 캐스팅이겠거니 했는데, 엔딩 크레딧에서 'Pure Imagination'이 흘러나오는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웡카의 기원을 다룬 프리퀄(prequel)인 이 작품이 왜 전 세계 흥행을 휩쓸었는지, 보고 나서야 제대로 이해가 됐습니다.화이트 초콜릿과 다크 초콜릿 사이조니 뎁의 웡카가 쌉싸름하고 날 선 다크 초콜릿 같았다면, 이번 티모시 샬라메의 웡카는 이가 아릴 정도로 달콤한 화이트 초콜릿 같았습니다. 같은 인물의 이야기인데도 완전히 다른 온도로 다가오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이걸 두고 어떤 분들은 "너무 밝아서 오히려 웡카답지 않다"고 하시는데, 저는 그 반대 입장입니다. .. 2026. 5. 11. 이전 1 2 3 4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