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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영화 리뷰 (우정, 편견, 친절함) 누군가와 대화하다가 상대방이 틀린 말을 할 때, 저도 모르게 바로 정정하고 싶어지는 충동을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런 순간마다 말을 먼저 뱉고 나서 뒤늦게 아차 싶을 때가 많습니다. 2017년 영화 원더는 그 충동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 작품입니다. 안면 기형 장애를 가진 소년 어기의 학교생활을 따라가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게 무엇인지 조용히 되묻게 됩니다.우정으로 완성되는 동료 사회화의 마법어기는 태어날 때부터 안면 기형 장애를 안고 살았습니다. 10살이 되기까지 무려 27번의 수술을 받았고, 오랫동안 헬멧으로 얼굴을 가리며 세상과 거리를 뒀습니다. 여기서 안면 기형이란 얼굴 구조를 이루는 골격이나 연조직이 선천적으로 비정상적으로 형성된 상태를 말합니다. 원인은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 2026. 4. 12.
크루엘라 리뷰 (빌런 서사, 멀티 페르소나, 의상 분석) 직장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꾹 참고 웃으며 퇴근한 날, 집에 돌아와 문을 닫는 순간 '진짜 나'가 터져 나오는 기분을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영화 크루엘라를 보는 내내 그 감각이 떠올랐습니다. 디즈니 실사화 라인업 중 보기 드물게 완성도가 살아있는 작품이었고, 특히 엠마 스톤이 만들어낸 캐릭터의 밀도는 단순한 오락 영화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었습니다.빌런 서사가 왜 지금 이 시대에 통하는가크루엘라는 1961년 애니메이션 백한 마리 달마시안의 프리퀄(prequel)입니다. 프리퀄이란 기존 작품의 이전 시간대를 다루는 스핀오프 형식을 말하는데, 쉽게 말해 우리가 이미 아는 악당이 '어떻게 그 악당이 됐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이 구조가 지금 시대에 유독 잘 먹히는 이유가 있습니다.영화.. 2026. 4. 11.
폴 600m 리뷰 (고공 스릴, 고립 생존, 개연성) 지상 600m 통신탑 꼭대기에 두 사람이 고립됩니다. 탈출로는 완전히 끊겼고, 핸드폰 신호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영화 '폴: 600m'를 보는 내내 저는 손바닥에 땀이 맺혔고, "절대 저 자리에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되뇌었습니다.고공 스릴 : 600m 통신탑이라는 설정, 왜 이렇게 신선했을까암벽 등반 영화라고 하면 자연 암벽이나 빙벽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폴: 600m'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네 번째로 높은 건축물로 설정된 방송 통신탑, 그것도 녹이 잔뜩 슨 낡은 철골 구조물 위를 오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자연 지형보다 인공 구조물이 훨씬 더 불안하게 느껴진다는 점이었습니다.이 영화는 수직 등반(free solo climbing)의 공포를 .. 2026. 4. 9.
베일리 어게인 (애착 형성, 환생의 서사, 펫로스) 솔직히 저는 고작 7일 동안 강아지를 맡아봤을 뿐인데, 그 짧은 시간이 15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러니 10년 넘게 한 공간에서 숨 쉬던 주인이 반려견을 떠나보낸 뒤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떤 감정일지, 감히 가늠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영화 '강아지의 목적(A Dog's Purpose)'은 그런 상실의 무게를 환생이라는 판타지로 풀어낸 작품입니다.애착 형성과 정서적 유대영화는 더운 날 차에 갇혀 있던 강아지를 소년 이든이 구출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든은 그 강아지에게 '베일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둘은 이후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대학 시절 친구가 길에서 데려온 고양이와 1년을 함께 살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억지로 맞춘 것이 아니라, 그냥 함께.. 2026. 4. 7.
설국열차 계급 갈등 (계급의 상대성, 인간 본성, 공존의 윤리) 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가난한 사람은 선하고, 부자는 악하다는 공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동화와 드라마가 반복해서 심어준 그 공식이 얼마나 단순한 착각이었는지,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설국열차는 바로 그 착각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영화입니다.계급의 상대성, 누가 악당인가영화 속 꼬리칸 사람들에게 머리칸은 분명 착취 구조의 정점입니다. 아이들을 데려가 열차 부품으로 쓰고,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외면하며 호위호식하는 집단. 그 시선에서는 머리칸이 곧 악의 집합소처럼 보입니다.그런데 머리칸의 시선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들은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불하고 합법적으로 탑승한 승객들입니다. 반면 꼬리칸 사람들은 티켓 없이 무단으로 탑승한 이들이고, 윌포드 측이 인도주.. 2026. 4. 6.
콘크리트 유토피아 (아파트 사회, 인간성 상실, 이기심) 처음에는 단순히 건물이 무너지는 재난 영화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극장에 앉아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제가 마주한 것은 무너진 건물이 아니라, 아파트라는 욕망에 중독된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민낯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제 주변 이웃들의 얼굴이 겹쳐 보여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던 기억이 납니다. 재난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붙잡아야 할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고민하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아파트 사회의 거대한 욕망과 사회 시스템영화는 아파트에 매료된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찰하며 시작됩니다. 본래 효율성을 위해 지어진 삭막한 건축물이었던 아파트는 어느새 편리함의 상징이자 비현실적인 가격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꿈꾸는 유토피아가 되었습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아파트 거주 비율이 6.. 2026.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