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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600m 리뷰 (고공 스릴, 고립 생존, 개연성) 지상 600m 통신탑 꼭대기에 두 사람이 고립됩니다. 탈출로는 완전히 끊겼고, 핸드폰 신호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영화 '폴: 600m'를 보는 내내 저는 손바닥에 땀이 맺혔고, "절대 저 자리에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되뇌었습니다.고공 스릴 : 600m 통신탑이라는 설정, 왜 이렇게 신선했을까암벽 등반 영화라고 하면 자연 암벽이나 빙벽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폴: 600m'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네 번째로 높은 건축물로 설정된 방송 통신탑, 그것도 녹이 잔뜩 슨 낡은 철골 구조물 위를 오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자연 지형보다 인공 구조물이 훨씬 더 불안하게 느껴진다는 점이었습니다.이 영화는 수직 등반(free solo climbing)의 공포를 .. 2026. 4. 9.
베일리 어게인 (애착 형성, 환생의 서사, 펫로스) 솔직히 저는 고작 7일 동안 강아지를 맡아봤을 뿐인데, 그 짧은 시간이 15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러니 10년 넘게 한 공간에서 숨 쉬던 주인이 반려견을 떠나보낸 뒤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떤 감정일지, 감히 가늠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영화 '강아지의 목적(A Dog's Purpose)'은 그런 상실의 무게를 환생이라는 판타지로 풀어낸 작품입니다.애착 형성과 정서적 유대영화는 더운 날 차에 갇혀 있던 강아지를 소년 이든이 구출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든은 그 강아지에게 '베일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둘은 이후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대학 시절 친구가 길에서 데려온 고양이와 1년을 함께 살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억지로 맞춘 것이 아니라, 그냥 함께.. 2026. 4. 7.
설국열차 계급 갈등 (계급의 상대성, 인간 본성, 공존의 윤리) 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가난한 사람은 선하고, 부자는 악하다는 공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동화와 드라마가 반복해서 심어준 그 공식이 얼마나 단순한 착각이었는지,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설국열차는 바로 그 착각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영화입니다.계급의 상대성, 누가 악당인가영화 속 꼬리칸 사람들에게 머리칸은 분명 착취 구조의 정점입니다. 아이들을 데려가 열차 부품으로 쓰고,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외면하며 호위호식하는 집단. 그 시선에서는 머리칸이 곧 악의 집합소처럼 보입니다.그런데 머리칸의 시선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들은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불하고 합법적으로 탑승한 승객들입니다. 반면 꼬리칸 사람들은 티켓 없이 무단으로 탑승한 이들이고, 윌포드 측이 인도주.. 2026. 4. 6.
콘크리트 유토피아 (아파트 사회, 인간성 상실, 이기심) 처음에는 단순히 건물이 무너지는 재난 영화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극장에 앉아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제가 마주한 것은 무너진 건물이 아니라, 아파트라는 욕망에 중독된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민낯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제 주변 이웃들의 얼굴이 겹쳐 보여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던 기억이 납니다. 재난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붙잡아야 할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고민하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아파트 사회의 거대한 욕망과 사회 시스템영화는 아파트에 매료된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찰하며 시작됩니다. 본래 효율성을 위해 지어진 삭막한 건축물이었던 아파트는 어느새 편리함의 상징이자 비현실적인 가격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꿈꾸는 유토피아가 되었습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아파트 거주 비율이 6.. 2026. 4. 5.
영화 서치 리뷰 (스크린 라이프, 부성애, 개인정보) 화면만으로 90분을 채운 영화가 지루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저는 처음 이 영화를 틀었을 때, 솔직히 10분 안에 끄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자리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88만 달러짜리 저예산 스릴러 가 흥행 수입 7,540만 달러를 거둔 이유, 직접 보고 나서야 납득했습니다.스크린 라이프 형식, 진짜 신선한가일반적으로 '제한된 공간·형식'의 영화는 단조롭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이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는 러닝타임 내내 PC 운영체제 화면, 영상 통화, CCTV 영상만으로 서사를 끌고 갑니다.여기서 스크린 라이프(Screenlife)란 영화의 모든 장면이 디지털 디바이스 화면을 통해서만 전개되는 촬영·연출 방식을 의미합니다... 2026. 4. 4.
모아나 2 리뷰 (초반부, OST, 속편기대) 저는 모아나 2를 보러 가면서 기대치를 조금 낮춰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1편이 너무 강렬했던 탓에, 속편이 그 감동을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는 걸 경험상 알고 있었거든요. 결과적으로 그 예감은 절반쯤 맞았고, 절반쯤은 틀렸습니다.초반부, 1편을 뛰어넘을 뻔한 30분극장 불이 꺼지고 모아나가 화면 가득 등장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등받이에서 몸을 앞으로 당겼습니다. 한층 성숙해진 모아나가 항해를 지휘하는 모습은 단순한 속편의 서막이 아니라, 한 사람의 진짜 성장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1편에서 처음 바다와 눈을 맞추던 소녀가 이제는 선원들을 이끄는 타우타이가 되어 있었으니까요. 타우타이(Tautai)란 폴리네시아 항해 전통에서 최고의 항해술을 익힌 길잡이를 뜻하는 칭호입니다. 쉽게 말해 단순한.. 2026.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