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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아카자, 극장 연출, 무한성 공간) "애니메이션 극장판은 집에서 봐도 되지 않나요?"라고 물으신다면,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을 보고 난 뒤 제 대답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친구가 무료 관람권이 있다며 끌고 갔는데, 솔직히 최근 시리즈를 못 봐서 망설였거든요. 근데 극장 문을 나서면서 든 생각은 "이건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구나"였습니다. 무한열차편도 재밌게 봤지만, 이번 무한성편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아카자라는 캐릭터가 빌런에서 주인공급으로 격상되는 과정, 그리고 무한성이라는 공간이 주는 압도적인 시각적 체험은 대형 스크린 없이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빌런 아카자가 주인공이 된 이유이번 극장판의 진짜 주인공은 탄지로가 아니라 아카자였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빌런의 과거 서사(백스토리)를 보여주면 자칫 감정선이 억지.. 2026. 3. 7.
댓글부대 (여론조작, 인터넷문화, 미디어 리터러시) 요즘 온라인에서 뭐 하나를 검색하면 댓글이 난무합니다. 어떤 제품을 찾아봐도, 누군가의 글을 읽어봐도, 그 아래에는 수십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려 있죠. 저는 평소에 댓글을 거의 달지 않는 편입니다. 뭔가 생각이 있어도 그냥 혼자 삭이고 넘어가는 편이거든요. 그래서인지 악플을 보면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개봉한 안국진 감독의 '댓글부대'를 보고 나니, 그 악플들 뒤에 숨겨진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개인의 악의가 아니라,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 있었다는 걸 영화는 생생하게 보여줬습니다.손석구가 그려낸 기자의 추락과 여론조작의 실체영화는 손석구가 연기하는 기자가 중소기업 기술 탈취 의혹을 취재하다가 '기레기'라는 비난에 시달리며 무너지는 .. 2026. 3. 7.
파묘 해석 (오컬트 연출, 음양오행, 천만 관객) 오컬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포영화는 무섭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하지만 저는 곡성을 보면서 느꼈듯이, 진짜 무서운 건 점프 스퀘어가 아니라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파묘 예고편을 보고 남자친구와 극장을 찾았는데, 공포를 못 보는 남자친구도 '무섭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두 번 봤지만 무서운 영화라기보다는 한국 무속과 일본 요괴가 충돌하는 미스테리 스릴러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연출과 한국 무속의 깊이일반적으로 오컬트 영화는 서양 귀신이나 악령을 다룬다고 알려져 있지만,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를 거쳐 파묘에서 한국 무속 신앙을 본격적으로 파고듭니다. 여기서 무속 신앙이란 샤머니즘(Shamanism)을 기반으로 한 민간 신앙 체계로.. 2026. 3. 6.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제작비, 홍보전략, 미야자키) 남자친구가 지브리 신작을 보러 가자고 했을 때, 저는 요네즈 켄시가 부른 '지구본'이라는 OST를 먼저 접했습니다. 노래 가사가 너무 좋아서 제 문장 수집 노트에까지 적어둘 정도였는데, 정작 영화를 보고 나니 "어렵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2023년 일본에서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자전적 애니메이션으로, 84억 엔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지만 '난해하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았던 작품입니다. 제작비만 100억 엔 이상이 투입되었고, 7년간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기존 지브리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맞이했습니다.100억 엔 제작비와 무(無)홍보 전략의 역설이 영화의 가장 독특한 지점은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가 선택한 '정보 제로' 마케팅입니다.. 2026. 3. 5.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선택의 의미, 시한부, 하루키) 사실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제목이 너무 엽기적이어서 오히려 궁금해졌고, 평소에는 잘 보지 않던 로맨스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저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단순한 청춘 로맨스를 넘어서,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선택의 의미: 우연처럼 보이지만 모두 선택이었던 만남영화는 고등학교 교사가 된 하루키가 폐관 예정인 도서관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시작됩니다. 맹장 수술로 입원했던 고등학생 시절, 그는 우연히 떨어진 노트를 발견하고 그것이 반에서 가장 인기 많은 사쿠라의 '공병문고(共病文庫)'라는 걸 알게 됩니다. 여기서 공병문고란 질병을 함께 .. 2026. 3. 5.
굿윌헌팅 영화 (심리치유, 상담관계, 트라우마극복) 영화 '굿윌헌팅'의 주인공 윌 헌팅은 MIT 청소부로 일하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수학 문제를 풀어내는 천재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재능을 숨긴 채 폭력 사건을 반복하며 살아갑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상담심리학을 전공하던 대학 시절, 교수님께서 "상담자라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라고 추천하셨기 때문입니다. 당시엔 단순히 감동적인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제로 청소년복지 현장에서 일하고 나서 다시 보니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심리치유: 반복되는 폭력 뒤에 숨은 애착 트라우마윌의 폭력성은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닙니다. 영화 속에서 윌은 세 차례의 파양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학대를 당했습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불안정 애착(Insecure Attachment)'의 전형적인 사.. 2026.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