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52 올빼미 리뷰 (주간맹, 류준열 연기, 개연성) 조선 시대 실존 인물인 소현세자의 의문사를 소재로 삼은 영화 '올빼미'가 개봉 후 꾸준한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저는 류준열과 유해진 두 배우를 좋아해서 개봉 첫 주에 극장을 찾았는데, 영화가 끝난 뒤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여운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주간맹 — 낯선 공간이 공포가 되는 순간 '올빼미'는 주간맹(晝間盲)이라는 설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주간맹이란 낮에는 시력을 거의 잃지만 어두운 환경에서는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시각 장애의 일종으로, 일반적인 야맹증(夜盲症)과는 정반대의 증상입니다. 야맹증이 밤에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면, 주간맹은 낮에 앞을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영화는 이 낯선 의학적 조건을 이야기의 핵심 장치로 영리하게 활용했습니다.궁궐이라는 공.. 2026. 4. 14. 마녀 배달부 키키 (독립 수련, 슬럼프, 비행의 본질)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저는 제가 꽤 잘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를 다시 꺼내 본 건 직장 5년 차가 되던 해인 지금입니다. 화면 속 키키의 표정이 괜히 낯설지 않았습니다. 마법을 잃고 멍하니 서 있는 그 장면에서 제 첫 번째 슬럼프가 떠올랐습니다.독립 수련: '특별한 나'와 '평범한 나' 사이의 간극혹시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때, "나는 뭘 잘하는 사람이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던 적 있으신가요?키키는 마녀의 전통인 '독립 수련'에 따라 13살에 홀로 낯선 도시로 떠납니다. 여기서 독립 수련이란 마녀가 성인이 되기 위해 외부 세계에서 1년간 혼자 살아남는 통과의례를 의미합니다. 현대식으로 옮기면 인턴십(internship), 즉 실전 현장에 던져지는 첫 .. 2026. 4. 13. 원더 영화 리뷰 (우정, 편견, 친절함) 누군가와 대화하다가 상대방이 틀린 말을 할 때, 저도 모르게 바로 정정하고 싶어지는 충동을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런 순간마다 말을 먼저 뱉고 나서 뒤늦게 아차 싶을 때가 많습니다. 2017년 영화 원더는 그 충동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 작품입니다. 안면 기형 장애를 가진 소년 어기의 학교생활을 따라가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게 무엇인지 조용히 되묻게 됩니다.우정으로 완성되는 동료 사회화의 마법어기는 태어날 때부터 안면 기형 장애를 안고 살았습니다. 10살이 되기까지 무려 27번의 수술을 받았고, 오랫동안 헬멧으로 얼굴을 가리며 세상과 거리를 뒀습니다. 여기서 안면 기형이란 얼굴 구조를 이루는 골격이나 연조직이 선천적으로 비정상적으로 형성된 상태를 말합니다. 원인은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 2026. 4. 12. 크루엘라 리뷰 (빌런 서사, 멀티 페르소나, 의상 분석) 직장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꾹 참고 웃으며 퇴근한 날, 집에 돌아와 문을 닫는 순간 '진짜 나'가 터져 나오는 기분을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영화 크루엘라를 보는 내내 그 감각이 떠올랐습니다. 디즈니 실사화 라인업 중 보기 드물게 완성도가 살아있는 작품이었고, 특히 엠마 스톤이 만들어낸 캐릭터의 밀도는 단순한 오락 영화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었습니다.빌런 서사가 왜 지금 이 시대에 통하는가크루엘라는 1961년 애니메이션 백한 마리 달마시안의 프리퀄(prequel)입니다. 프리퀄이란 기존 작품의 이전 시간대를 다루는 스핀오프 형식을 말하는데, 쉽게 말해 우리가 이미 아는 악당이 '어떻게 그 악당이 됐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이 구조가 지금 시대에 유독 잘 먹히는 이유가 있습니다.영화.. 2026. 4. 11. 폴 600m 리뷰 (고공 스릴, 고립 생존, 개연성) 지상 600m 통신탑 꼭대기에 두 사람이 고립됩니다. 탈출로는 완전히 끊겼고, 핸드폰 신호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영화 '폴: 600m'를 보는 내내 저는 손바닥에 땀이 맺혔고, "절대 저 자리에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되뇌었습니다.고공 스릴 : 600m 통신탑이라는 설정, 왜 이렇게 신선했을까암벽 등반 영화라고 하면 자연 암벽이나 빙벽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폴: 600m'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네 번째로 높은 건축물로 설정된 방송 통신탑, 그것도 녹이 잔뜩 슨 낡은 철골 구조물 위를 오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자연 지형보다 인공 구조물이 훨씬 더 불안하게 느껴진다는 점이었습니다.이 영화는 수직 등반(free solo climbing)의 공포를 .. 2026. 4. 9. 베일리 어게인 (애착 형성, 환생의 서사, 펫로스) 솔직히 저는 고작 7일 동안 강아지를 맡아봤을 뿐인데, 그 짧은 시간이 15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러니 10년 넘게 한 공간에서 숨 쉬던 주인이 반려견을 떠나보낸 뒤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떤 감정일지, 감히 가늠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영화 '강아지의 목적(A Dog's Purpose)'은 그런 상실의 무게를 환생이라는 판타지로 풀어낸 작품입니다.애착 형성과 정서적 유대영화는 더운 날 차에 갇혀 있던 강아지를 소년 이든이 구출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든은 그 강아지에게 '베일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둘은 이후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대학 시절 친구가 길에서 데려온 고양이와 1년을 함께 살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억지로 맞춘 것이 아니라, 그냥 함께.. 2026. 4. 7.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