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2월 31일 개봉한 영화 <신의 악단>은 북한 내 기독교 탄압을 다룬 실화 기반 작품입니다. 저는 회사 복지 차원에서 이 영화를 관람하게 됐는데, 솔직히 종교가 없는 제게는 다소 진입장벽이 높았던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 특히 종교의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 탄압 실상과 영화 속 디테일
영화 <신의 악단>은 북한 정권이 외부 지원금 2억 불을 받기 위해 가짜 기독교 악단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시작됩니다. 여기서 '종교적 박해(Religious Persecution)'란 특정 신앙을 가진 이유만으로 국가나 사회로부터 처벌, 감시, 차별을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출처: 국제앰네스티). 북한은 현재까지도 세계 최악의 종교 탄압 국가로 분류되며, 지하교회 신자들은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지거나 공개 처형 대상이 됩니다(출처: 미국 국무부 국제종교자유보고서).
영화 속에서 박시후가 연기한 주인공 박준규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성경을 읽다 적발되어 순교당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이후 성인이 된 그는 보위부 요원으로 살아가며, 심지어 예수를 믿는 형을 직접 처형해야 하는 비극을 겪습니다. 이런 설정은 실제 북한 탈북민들의 증언과 맞닿아 있습니다. 영화는 북한 사투리와 생활 디테일을 꼼꼼히 재현했고, 저 역시 영화를 보며 "정말 감독이 탈북민인가?" 싶을 정도로 현실감 있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당의 명령으로 시작한 가짜 찬양이 점차 진짜 신앙으로 변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배우들이 찬양을 부르며 성령 체험을 하는 장면에서, 옆자리의 기독교인 동료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습니다. 저는 종교가 없어 그 감동을 온전히 공유하진 못했지만,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인간의 모습 자체는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종교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
대한민국 헌법 제20조는 종교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종교의 자유(Freedom of Religion)'란 개인이 원하는 종교를 선택하거나, 종교를 갖지 않을 자유, 그리고 신앙을 표현하고 실천할 자유를 모두 포함합니다. 우리는 이 자유를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지만, 영화 속 북한 주민들에게는 이것이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영화에서 가장 강렬했던 장면은 눈밭에서 차가 고장 났을 때 할머니 단원이 찬양을 부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하나님을 향한 간절함이 담긴 그 노래는, 신앙이 없는 저에게도 묘한 울림을 줬습니다. 다만 그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장면은 다소 급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날씨가 춥긴 했지만, 서사적 필연성보다는 감정적 충격을 주기 위한 장치처럼 보여 아쉬웠습니다.
제가 회사 복지로 이 영화를 보게 됐을 때, 솔직히 기독교 영화라는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보는 중간에 졸기도 했고, 비종교인이 몰입하기엔 진입장벽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 든 생각은 "자유란 참 당연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자유롭게 교회에 가거나 절에 가거나, 혹은 아무 종교도 갖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그저 성경책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3대가 수용소에 끌려가는 현실이 존재합니다.
비종교인 시각에서 본 영화의 한계와 의미
정진운 배우가 부른 '광야'는 영화 속 몇 안 되는 하이라이트였습니다. 가수 출신답게 노래 실력이 뛰어났고, 곡 자체도 서정적이고 아름다웠습니다. 종교적 메시지를 떠나 순수하게 음악으로서 감동을 줬던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영화는 기독교인을 위한 영화라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저처럼 비종교인이나 타 종교인이 이 영화를 볼 때 느낄 수 있는 지점은 명확합니다.
-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경각심
- 종교의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재인식
-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인간의 존엄성
반면 종교적 색채가 강한 장면들은 공감보다는 거리감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성령 체험이나 기적적인 순간들은 신앙이 있는 관객에게는 감동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휴머니즘 관점에서도 충분히 의미 있지만, 종교적 서사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관객층을 선택하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영화 <신의 악단>은 분명 기독교인에게는 100점짜리 작품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종교인인 제게는 70점 정도의 영화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합니다. "당신이 누리는 자유가 정말 당연한 것입니까?" 저는 앞으로 종교가 없더라도, 누군가의 신앙을 존중하고 그들의 자유를 지지하는 태도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종교를 떠나 인간 존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